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삶을 마감한 장소인 양산 부산대병원은 서거 당일인 23일 아침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의료진은 오전 7시30분께 노 전 대통령이 응급센터로 실려오는 중이라는 연락을 처음 받았다. 이 때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이 매우 위독한 상태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몇 분 뒤 다급한 목소리로 두 번째 연락이 왔을 때부터 의료진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해서 머리쪽에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전 8시13분께 노 전 대통령은 김해 세영병원 환자복을 입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응급센터에 도착했다. 구급차에는 세영병원 내과 과장과 경호원 등 관계자 3~4명이 타고 있었다. 도착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머리에 감은 붕대는 피로 젖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DOA(Dead on Arrival ·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 상태"라는 얘기가 나왔다.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심폐소생술은 보통 2~3명의 의사가 실시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주위엔 10여명의 의사가 모여들었다. 의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가슴을 압박하고,백밸브마스크를 이용해 산소를 공급하며 어떻게든 호흡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의 몸은 그때까지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 사이 가족 등 관계자들이 속속 병원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응급실 밖에서 여자의 통곡소리가 들렸다. 오전 9시25분께 병원에 도착한 권양숙 여사였다. 권 여사는 내내 아무 말없이 소리내어 울기만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지도 30여분이 흘렀다. 의사들은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이미 사망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산=김일규/서보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