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월 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북 전문가들은 "예외적으로 숨가쁜 강경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경일변도의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후계구도 구축이라는 내부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북한의 강경 행보는 북한 지도부의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 구도의 안정적인 구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기대했던 미 정부는 여전히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어 북한 지도부를 심리적으로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것이 북한 대외정책의 변곡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자신의 3남 정운을 후계자로 서둘러 내정한 것과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고 나서 불과 두 달 만에 핵실험을 할 만큼 서두른 것은 단순히 돌발적인 강경책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장은 "미국의 무시 전략에 2차 핵실험으로 더 큰 충격카드를 쓴 것"이라며 "북미 양자구도 속에서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핵 군축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지도부의 일관된 정책이지만 군부 강경파의 득세와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여파로 북한 군부의 강경세력이 대미 · 대남 등 주요 외교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직결된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현재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사실상 국정 전반을 장악, 운영하고 있다.

장 부장은 3남 정운의 후견인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외교에 대한 경험과 자신이 없어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부 측근들의 대미 · 대남 강경노선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이준혁/장성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