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러저러한 애증의 관계를 맺었던 재계 인사들과 기업 총수들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속속 조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날 회의를 열어 조석래 회장 등 임원진이 26일 오전 11시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대표 분향소에서 조문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또 회장단에서 동참하는 인사가 있으면 공동 조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참여정부에서 비자금 문제가 불거져 한바탕 시련을 겪었던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은 전경련의 조문 일정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친소 관계가 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개별적 행동보다는 전경련에서 결정한 공동 조문 형식을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 회장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할 때 개인 자격으로 조문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날 내부회의를 거쳐 봉하마을에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를 보낸 데 이어 27일 아침 사장단협의회가 끝난 뒤 여건이 되는 사장들을 서울역사박물관에 차려진 빈소에 보내 조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직접 조문에 나설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조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조의를 표할 예정이라고 권오용 부사장이 전했다.

SK는 노 전 대통령의 중남미.중동 순방 등을 최 회장이 수행하는가 하면, IT분야에서 정책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직접 조문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조문 방식과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LG는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건호씨가 LG전자 미국 샌디에이고 지사에서 근무한 인연도 있다.

롯데그룹은 경영진 회의를 열어 조문 방법을 놓고 장시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전경련 등 재계 차원에서 마련된 조문 형식에 따를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롯데는 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승인을 받았으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조문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측은 "어떤 식이든 조문은 가시는 걸로 알지만, 서울 분향소가 될지, 봉하마을로 직접 갈지, 영결식에 참석하실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으로 조만간 귀국하는 대로 조문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비자금 사건이 불거져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재판을 받기도 했던 두산그룹 오너가(家)도 전경련의 조문 일정에 보조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GS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해 재계 차원의 움직임이 나오면 동참할 예정이고,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조문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인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은 아직 조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조문 계획과 관련, "아직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뒤 가슴 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현대아산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초반인 2003년 8월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와중에 집무실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