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여 '핵군축협상' 추구하는 듯

북한이 25일 전격적으로 2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힘으로써 향후 대미 협상을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의 구도로 전개하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실험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의장성명 등 조치에 대해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때 관련 준비를 이어가다 6일 전인 10월3일 공식적으로 핵실험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지난달 29일 예고를 하긴 했지만 유엔의 사과를 핵실험의 전제로 한 대외 위협성 발언의 성격이 강했다.

즉 당시 북한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염두에 두고 핵실험을 공식 예고한 것으로 본 이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핵실험은 전격적이고도, 신속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이번 핵실험에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조기에 확정해 북.미 양자대화의 무대로 나오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으로 내달린 데는 인도, 파키스탄 등과 같은 `장외 핵보유국(핵확산방지조약 체제 밖에서 핵을 개발한 나라)'의 지위를 확보한 뒤 북미 협상을 핵군축 회담 구도로 끌고 가려는 속내도 담겨 있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즉 협상을 할때 하더라도 그에 앞서 자신들이 보일 수 있는 무력 카드를 다 꺼냄으로써 `몸값'을 높여 놓은 상태에서 하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2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면 그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 측면에서 한 차례 핵실험에 그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 전 핵역량을 급진전시켜 놓은 뒤 핵보유국의 자격으로 협상을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처럼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초강수' 정책을 신속히 취해 나가는 것은 북한의 내부사정과 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으로의 진입을 예고한 2012년까지 후계자에게 견고한 권력 기반을 물려 주기 위해 서두르는 기색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성대국 진입을 예고한 2012년이 현 미국 오바마 행정부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때까지 대미 협상을 통해 체제의 안전판 격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달성하겠다는 의도 아래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힌 상태에서 대미 협상에 나서려는 북한의 속내에는 기존 6자회담 합의에 거론된 경제 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반대 급부 이상을 원하는 `야심'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자 또는 다자 협상이 진행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대(對) 한국 핵우산 제공 공약 폐지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