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유가족들에게 중앙통신 통해 조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새벽 전한 조전에서 "로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량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북한의 다른 매체들도 잇달아 김 위원장의 조전 발송 사실을 전했으나 이 조전을 어떤 경로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보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전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데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조전을 보낸 것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김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10.4남북정상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한 화해.협력에 기여한 점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때 보낸 조전에선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 민족대단결과 통일애국사업에 기여한 정주영 선생"이라고 표현했으나 이번 조전에선 이런 평가를 생략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특히 정 명예회장의 별세 이틀 뒤인 3월23일 자신 명의의 조전 발송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데 이어 24일 송호경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보내 빈소에서 직접 조전을 읽도록 했었다.

이같은 전례에 따른다면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단을 보내 직접 조전을 읽도록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날 북한은 처음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로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에게'라는 제목 아래 "로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량숙 녀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김 정 일, 주체98(2009)년 5월 25일"이라고 보도 형식이 아닌 조전 형식으로 전한 뒤 중앙방송 등을 통해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남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에게 조전을 보내시었다"라며 조전 내용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보도 형식을 취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중앙통신을 통해 조전 발송을 대신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 때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일 동지께서는 정주영 선생의 사망에 즈음하여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조전을 보내셨다"고 보도의 형식을 갖춘 뒤 조전의 내용을 소개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