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독한 맘 갖지 마시라 했는데"
"그날 통닭과 소주를 나누며 '독한 마음 갖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 마지막이라니. 서거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경남 김해 진영농업협동조합장 이재우(63)씨는 24일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사흘 전 사저를 방문한 사연을 이렇게 밝혔다.
이 조합장은 지난주 일요일 봉하마을 사저 인근에서 풀을 뽑다가 한 여성 자원봉사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자살 등 독한 마음을 먹을까 염려된다. 만나면 그런 생각하지 말고 건강하게 사시라고 전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불현듯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며 사저로 전화했고 노 전 대통령이 20일 오라고 해 오후 6시께 통닭 2마리와 소주를 사 들고 사저를 찾았다.
사저에서 저녁을 먹은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 건호씨와 함께 소주를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독한 마음 먹지 마세요. 자신을 생각해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잘 살아온 것"이란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낮에는 기자들이 있으니 새벽이나 밤에 저하고 등산을 하십시다"라고 말한 뒤 사저를 나왔는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 때는 농담삼아 그런 얘기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이 웃음을 보인 데다 권 여사의 안색도 비교적 밝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짐작도 못했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조합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 대창초등학교 1년 후배이며 권양숙 여사와 동기생으로 노 전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 서거 이전에 자주 사저를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해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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