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서거 전날인 22일 사저 근무자들을 일찍 퇴근시켰다.이날 오후 평소 1∼2명씩 퇴근하던 비서관과 사저 근무자들이 한꺼번에 6∼7명 퇴근했고,퇴근 시간도 평소에 비해 30분∼1시간 정도 빨랐다는 것이다.노 전 대통령이 주변의 참모들을 사저에서 일찍 내보내고 주변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음날 새벽 등산을 할 때도 경호원 한명만 대동했다.경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노 전 대통령 같은 VIP가 사저를 나갈 경우 경호팀이 규정에 따라 대형과 형식을 갖춰 경호를 한다.이날 산행은 일정에 따른 공식 행사가 아니어서 단순 외출에 따른 약식 경호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지시나 요청에 의한 결과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됐든 이른 새벽에 이례적인 산행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의 경호에 1명만이 동행한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나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노 전 대통령은 특히 계속된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속에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사저 집무실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등 괴로움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온 상황이었다.일각에서는 또 “동행한 경호원이 물리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막을 방법이 없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이와 관련,전직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보통 사람이 상황에 대해 반응을 하는 인체반응시간을 0.3초로 보는데 당시 수행에 나섰던 경호원이 순간에 일어난 일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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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원 이씨 조사 결과 ]

경남경찰청이 이날 오후 경호원 이씨를 불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하기 전 부엉이바위에 20분 정도 머물렀다.

노 전 대통령은 바위에서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씨가 “없습니다.가져올까요”라고 답하자 “됐다.가지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노 전 대통령은 또 마을 길위를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이 누구지”라고 물었다.또 “여기가 부엉이바위인데 실제 부엉이가 살아서 부엉이바위인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이씨는 경찰에서 밝혔다.

이 대화를 끝으로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으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이다.

이씨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이날 부엉이 바위에 간 것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경호 요원은 대통령이 가시는 뒤쪽 1~2m에서 그냥 뒤따라 갈 뿐이지,왜 그 곳으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