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10년을 같이한 동지라 더 충격적이다. 자신과 가족이 계속 언론에 흘러나온 데 대한 압박감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접한 여야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여야는 일제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애도를 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는 "뜻하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중앙당 당사에 근조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희태 대표 등 호주 방문단 일행도 서거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민주당은 일부 당직자들이 눈물을 쏟는 등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세균 대표는 긴급 지도부회의에서 "우리는 상주가 된 입장"이라며 당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빈소를 찾았다. 민주당은 서울 영등포 당사와 전국 시 · 도당사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가 참석하는 당5역회의를 긴급소집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너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며 "비록 최근에 박연차 회장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실망을 줬지만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고 논평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누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노 전 대통령이 비록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오늘은 한국정치사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날"이라며 침통함을 드러냈다.

한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친노 정치인들은 "이게 검찰과 현 정권이 원하는 것이었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안 최고위원은 "검찰은 의혹을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리고 무책임한 수사를 벌였다"며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잡배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검찰과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지혜/차기현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