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미디어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누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라는 문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일 수 있다. 검찰 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역풍도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기획수사에 따른 희생양'이라며 공세에 나설 태세다. 여권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청,개각 등 민심수습책 부심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향후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심이 동요할 경우 집권 2년차 각종 개혁 밑그림을 완성하고 본격 실천에 옮기려는 국정 운영 기조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개각을 비롯한 국정 수습책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윤여준 전 의원은 "여권이 이번 사태의 부담을 얼마만큼 떠안을지는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23일 긴급 소집된 대책회의에서 민심 수습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이유다. 여권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개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4월 재 · 보선 참패에 따라 여권에서 일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 참패로 확인된 민심 이반 현상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심화하는 것을 서둘러 차단하는 게 시급하다. 최근 약세가 두드러진 수도권에서 이번 사건으로 40대 · 화이트칼라 진영이 급격히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적 개편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르면 6월,늦어도 7월에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여권 내에서 파다하다. 이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습 수습책의 일환으로 개각 단행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는 게 여권 내의 관측이다.

경제난 극복에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애통해 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에 추진해 왔던 각종 개혁 작업들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게 민심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야,특검 · 국정조사 내세울 듯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당장 여야 본격 대결이 예상되는 6월 임시국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법 집시법 등 쟁점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야권이 'MB 악법'이라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태로 여권이 마냥 강공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야당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 및 국정조사 실시를 밀어붙이면서 전방위 대여 공세에 나설 태세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허탈감이 굉장히 클 것이다. 무엇보다 법과 질서를 앞세워 온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6월 국회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정부와 국민이 합리적인 수습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사전적 예방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을 강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호/홍영식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