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투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믿을 수 없다며 깊은 슬픔을 나타내는 한편 노 전 대통령이 반드시 죽음을 선택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시민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확대와 여론몰이식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며 검찰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회사원 김태훈씨(38)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전직 대통령이 막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은 국민 전체의 슬픔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너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경은씨(26)는 "평소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슬프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자살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심경을 전했다. 주부 박기영씨(52)도 "역대 대통령의 말로는 항상 씁쓸했지만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에 버금갈 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이정관씨(50)는 "그렇게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이 숨졌다니 오보일 수도 있다. 인터넷을 계속 검색해 보겠다"며 서거 소식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서거 경위에 큰 관심을 보이며 검찰이나 정치권에 대한 책임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학생 김태현씨(25)는 "자살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자살이라면 전직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참기 힘든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서 검찰이나 언론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임지영씨(32)는 "처음 있는 일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확한 사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살했다면 검찰은 물론 우리 사회가 다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인 이모씨(28)는 "검찰 수사에 무리한 면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주요 포털과 커뮤니티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물결로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이 운영했던 인터넷 사이트 '사람사는 세상'은 네티즌이 몰리면서 서거 직후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서명란이 잇따라 개설돼 수만명에 달하는 네티즌이 헌화했다. 헌화에 참여한 네티즌 '추공'은 "기득권을 행해 용감하게 맞선 훌륭한 대통령이었고 그런 대통령은 이제껏 없었다"며 "언젠가 이날을 후회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뉴스에 붙는 댓글의 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qkrktod란 아이디(ID)를 쓰는 네티즌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다. 얼마나 심적으로 압박감을 받았으면 그리고 전직 대통령을 향한 역사에도 없는 직접적인 수사 때문에 극심한 심적 압박감으로 견딜 수 없어 자살에 이르렀는가를 고려하면 충격과 당혹감 바로 그뿐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외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