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은 물론 그 이전에도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자신이 그토록 강조해온 도덕성에 흠집이 남에 따라 자존심이 상했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20년 가까이 보좌해온 핵심 측근인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이 23일 자신의 심경과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결심한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홍경태 전 행정관은 노 대통령의 정치 살림살이를 챙겨온 인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투자한 생수회사 장수천의 대표를 맡기도 했었다.

홍경태 전 행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자존심이 워낙 강한 분인데다 모욕을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품 탓"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도덕성에 흠집이 난 것에 부담을 가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참모들과 후원자들이 고초를 당하고 있는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홍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자 자책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또 최근 들어서는 외부 인사들을 일체 만나지 않을 정도로 착잡한 나날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모교인 부산상고 동창회 동기들이 위로 차 방문하려고 해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행정관은 "강직한 분이 마음이 매우 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아무리 그래도 숱한 역경을 겪었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으로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마도 검찰에 한 번 불려간 모욕도 그로선 참기 어려웠을텐데 한번 더 부르겠다는 소리가 들리고 권양숙 여사도 재조사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극단적인 결심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분인데 그렇게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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