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정치부장

결국 선택은 계파였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친이가 강력하게 민 안상수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한때 친박 최경환 정책위 의장 카드가 부상하면서 황우여 의원의 승리가 점쳐졌던 것에 비하면 싱거운 게임이었다.황 의원이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은 한마디로 착각이었다.한나라당이 친이 친박의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사실을 잊어야만 가능한 결과였다.

경선은 계파대결양상이었다.1위인 안 의원과 2위인 황 의원이 얻은 표를 보면 확연하다.전체 참석자 159명 중 안 의원이 73표, 황우여 의원이 47표, 정의화 의원이 39표를 각각 얻었다.

안 의원과 정 의원은 친이계다.두 사람의 표를 합하면 112표나 된다.한나라당내 친이계 의원이 110명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이표가 거의 다 친이후보에 몰린 셈이다.

친박 최경환 의원 카드에 기댄 황우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최 의원의 도움으로 친박표를 모으는데 만족해야 했다.친박표가 당내에 60-70여명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이쪽 표는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차 투표에서 얻은 95표와 62표는 정확이 당내 친이 친박 의석분포수대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결국 원내대표 경선은 친이와 친박의 대결로 막을 내린 셈이다.

실제 당직자들은 “친이계 내에서 이탈표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황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친박계 핵심인사를 영입해 ‘중립·친박’ 연합군을 형성하자 위기감을 느낀 친이 주류측이 결집한 결과다.

친이계의 핵심관계자는 “황우여 조로 몰리는 상황을 우려한 친이계 의원들의 표 결집이 선거 막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결정적인 요인은 역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었다.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두번있었다.이게 선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첫번째 논란의 핵심에는 이상득 의원이 있었다.이 의원이 황우여-최경환 의원조를 밀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친이계가 술렁였다.

황-최 의원쪽으로 세가 급격히 기우는 양상을 보였다.자연 유리한 고지에 올랐던 친이계의 안상수 정의화 이 강력 반발했다.결국 이 의원은 절대 경선 중립을 선언하고 경선과는 거리를 뒀다.상승세를 탔던 황-최 의원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더 결정적인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 의원을 밀기로 했다”는 설이었다.MB작용설은 친이쪽 강경인사들의 입을 통해 급격히 확산됐다.이를 계기로 안상수 의원의 세가 급격히 불어나는 등 급상승세를 탔다.

급기에 황 의원이 청와대쪽에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청와대 관계자는 친이측 강경파 재선의원에게 경위를 물어보며 진화에 나서 MB작용설은 일단 사그로 드는 모양새였지만 이를 통해 친이쪽이 빠른 속도로 결집했다.

이런 결과가 의원총회에서 나온 안상수의원의 압승이었다.친박은 소수 비주류의 한계를 다시 한번 곱씹어야 했다.결국 경선 승패를 가른 건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차치하고 한나라당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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