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장관들이 내년에 10%가량 줄어드는 국가 예산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 2010년도 예산안에서 공격적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부처에 밀려 사업 위축이나 포기 등과 같은 생살을 도려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전 국무위원이 참여하는 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살림 규모 및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골격을 마련한다.

과거 이 회의는 재정부가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가져가면 해당 부처가 그 범위 안에서 수정 의견을 내는 정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토론 방식이 도입되면서 재정 배분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까지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지난해 재정전략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면 올해는 부처별 재정 운용 능력 및 국정 무게중심에 대한 설득력을 타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으로 재정수입 자체가 좋지 않은 데다 내년에는 재정건전성에 신경써야 할 상황이어서 사상 처음으로 예산을 10%가량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총 301조8000억원 규모인 예산이 내년에는 270조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4대강 살리기,휴먼뉴딜,녹색 성장 등 예산 소요가 많은 굵직한 사업들을 놓고 장관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 사업들에 관계된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들이 예산 배분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야 예산 절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장관들의 세일즈 역량에 따라 예산 확보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정전략회의에는 실무자들이 배석하지 않기 때문에 장관들은 수치와 논리 싸움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한 부처의 예산실 관계자는 "우리 부처 예산을 다른 곳에 뺏기지 않으려면 전 부처의 예산 계획뿐 아니라 논리적 허점까지 샅샅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관들마다 엄청난 양의 서류를 갖고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