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부가 처음 도입한 공공기관장 평가 결과 공개 시점이 바짝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후면 공기업 사장들은 자신의 경영평가 점수를 통보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기업 개혁 의지가 워낙 강해 평가 점수가 제일 나쁜 기관장은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공공기관장 평가단을 구성해 개별 기관장에 대한 서면평가와 면접을 모두 마쳤다"며 "이를 토대로 평가단이 기관장들에 대한 성적을 매겨 오면 6월20일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평가 대상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19개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 61곳,기타 공공기관 12곳 등 모두 92곳이다. 평가단(단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은 대학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등 45명의 민간 분야 전문가들로만 구성했다.

지난주 면접은 상당히 까다로웠다는 후문이다. 한 공기업 사장은 "1시간 동안 취조를 당하듯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 사장도 "작년 공공기관 평가 때는 대충 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며 "노사문제와 경영평가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에 다들 쩔쩔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평가는 지난해 각 공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항목별 배점은 '노사문제 해결 의지'가 10점으로 '경영성과'(5점) 등 다른 항목들보다 높다. 노사 간 이면합의를 했는지,불합리한 관행을 없앴는지,불법 쟁의에 잘 대처했는지 등이 노사관계 평가의 핵심이다. 평가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맺은 공공기관장들의 경우 면접에서 노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며 "이런 기관장들은 결과 통보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성과지표 이행 여부,예산 절감 노력,현안 과제 이행 실태 등을 포함,평가항목은 모두 19개다.

결과는 S(최우수) A(우수) B(보통) C(미흡) 등 4단계로 나뉘지만 개인별 점수도 부여한다. 따라서 92명의 기관장들은 점수별로 1등부터 꼴등까지 순서가 매겨진다.

이만우 평가단장은 "상대 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C등급이 일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C등급을 전체의 몇 %로 정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평가 결과에 따라 옷을 벗는 기관장이 나올 것인가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평가 결과가 '미흡'으로 나올 경우 해임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런 조치를 내릴지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상당수 공기업 사장들이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사람들이고 인수위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어 설마 내쫓기야 하겠느냐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소위 낙하산이란 사람들도 이번에는 자유롭지 못하다"며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책임 져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종태/류시훈/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