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풍계리 인력장비 지속관측

한국과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잇따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18일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국방관련 토론회에 참석, 북한의 2차 핵실험 준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김정일)가 핵무기들을 보유중이기 때문에 확실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멀린 의장은 특히 "그가 핵실험들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면서 "나는 이를 어느 쪽으로도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중이라는 보도를 적극 부인하지 않아 관심을 모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호놀룰루 지사격인 '퍼시픽포럼 CSIS'의 랄프 코사 소장도 지난 15일 북한은 "여전히 핵실험을 감행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북한은 정치적, 기술적인 이유에서라도 또 한 번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멀린 의장이나 코사 소장의 발언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북한의 3개 회사를 제재대상으로 확정한 것을 비난하면서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를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 정보당국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영변의 핵시설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복구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19일 "영변과 풍계리 일대에서 인력과 장비 이동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면서 "(복구 완료가 예상되는)3~4개월 뒤에는 이런 움직임이 핵실험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인력과 장비 이동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것은 '의도적인 쇼'일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북한의 최근 각종 발언과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실제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작업일 수 있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 길주군 풍계리의 한 야산에 동쪽과 서쪽으로 갱도를 뚫고 동쪽 갱도에서 핵실험을 한 바 있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현재 핵무기 6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무기 1기를 제조하는 데 플루토늄 7~8㎏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략 42~48㎏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영변 핵시설을 복구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과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은 TNT 1kt의 폭발 규모로,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된 15kt과 22kt 정도보다 상당히 작은 규모였다.

이 때문에 정보당국은 실패한 실험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2차 핵실험은 핵무기를 개량하는 것으로 그다지 의미가 없다"면서 "다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했을 때 주변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