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무(三無)정당'."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무기력한 최근의 한나라당을 이렇게 표현했다. 집권당에 걸맞은 '리더십과 열정, 그리고 색깔(정책노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얘기다. 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장은 17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한나라당은 각종 논의기구들이 정상적인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은 아프리카 특사로 나가 있고 최고위원회의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원활하게 가동이 안 돼 의원들 간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결정할) 권한 있는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리더십 실종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무산된 것은 리더십을 상실한 여당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당 지도부가 4 · 29재보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계파갈등 해소책으로 '김무성 추대'를 제시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의 소통과정이 생략되면서 무산됐다.

그 결과로 부상한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을 놓고도 갈팡질팡하는 등 여권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진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오는 21일 원내대표 경선을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미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통령 잘못에 할 말은 하겠다"(안상수 의원), "골수염 걸린 여당을 근본 치료하겠다"(정의화 의원), "계파 대립을 종식시키겠다"(황우여 의원)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리더십의 복원이 아닌 "결과는 '박심(朴心)'에 달려있다"는 말만 무성하다.

◆회의 참석도 저조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 한나라당 쇄신특위의 활동도 의원들의 비협조로 삐걱거리긴 마찬가지다. 재선의원 간담회에 7명이 참여했고 초선도 91명 중 37명만 참석하는 등 출석률이 저조했다. "위기감이 있긴 한 거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해법은 MB와 박 전 대표에게 달려있는데 하나마나한 회의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정책 놓고도 불협화음

최근 한나라당 내에는 "지난 1년간 경제정책으로 과거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입장과 함께 "경제정책의 일부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정책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혁성향의 초선의원모임 '민본21'(간사 김성식 의원)은 "신자유주의 보수만 있으면 안 되고 중도실용주의 노선도 필요하다. 이제는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나성린 의원 등 현 정책위 인사들은 "지난 1년은 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색깔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