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는 말 외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온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북한이 이날 개성공단 계악 무효를 선언하고 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7월부터 공장라인을 가동했다는 플라스틱 수출업체 직원 이모씨(53)는 입경 절차를 마친 후에도 한동안 남북출입사무소를 떠나지 못하고 담배만 피우며 답답해 했다.

그는 "새로운 계약을 받아들이면 당장 임금이 4배 이상 올라가게 돼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섬유업체 직원 정모씨(42)도 "이제 막 공장을 짓고 가동에 앞서 직원 교육을 하고 있는데 착잡할 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개성공단협의회는 이날 긴급 회장단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은 "현재 협의회 차원에서 북한의 계약 무효 선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개성공단 철수는 남북 양측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안기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입주기업들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재앙"이라며 남북 양측의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이 같은 선포가 나오자마자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임원진을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북측의 의도나 내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 같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정부와 함께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찾아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