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의조차 외면..장기화 예고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개성공단에 억류된지 15일로 47일째지만 북측이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협의조차 외면하고 있어 유씨 억류사건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기존합의의 재협상 문제와 개성공단 관련 현안 논의를 위한 실무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도 의제에 유씨 문제를 포함시키느냐 여부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남측은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씨 문제를 근로자 안전문제라는 측면에서 개성공단 운영의 본질적 문제로 보고 의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논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정부는 내주 초 회담을 열자고 이날 제안했고 북한이 유씨 문제의 의제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일단 회담에는 나가 우리측의 입장을 재차 명확하게 밝힌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성 실무회담에 나올 북측 대표단과 유씨를 심문하고 있는 북측 기관이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돼 회담에서의 촉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유씨 문제가 북한이 요구한 토지임대료 조기 지급과 임금 인상 등과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슈이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입주기업들도 언제 비슷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임금인상 등에 선뜻 응할지 의문"이라며 "유씨 문제가 북측 요구사항의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유씨 사건의 전개추이는 취재도중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사례와 비교해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커런트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는 유씨보다 13일 앞선 3월17일 북.중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도중 국경을 넘는 바람에 북한 군인들에게 붙잡혀 억류됐다.

북한은 억류 한 달여가 지난 4월24일 여기자들에 대한 기소방침을 밝혔고 6월4일 재판을 진행한다고 공개했다.

재판을 거친 뒤에야 보석이나 추방 등의 과정을 거쳐 풀려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은 실제로는 사태 해결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유씨 문제는 미국 여기자들과 비교해 일단 전개부터 느리다.

북한 조선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지난 1일 "해당 기관에서는 현재 조사를 계속 심화하고 있다"며 조사가 길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 다일 뿐, 재판은 물론 기소방침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측이 특히 당시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언급하면서 유씨의 행위를 `엄중한 행위'로 규정한 대목이 주목된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법질서를 위반한 남측 인원에 대해서는 경고.범칙금 부과.추방 등 세가지 조치를 취하지만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한다'고 돼 있다.

즉, 북한이 유씨가 `엄중한 행위'를 했다고 한 것은 남측과 합의를 필요로 하는 추방 이상의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남북 정부간 협의도 필요해 미국 여기자들과는 달리 조기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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