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특사, 러시아 한반도 특사 만나

러시아와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을 신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하지만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반대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13일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6자회담 차석 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한반도 담당 특사를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양국 북핵 실무자가 한자리에 앉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한 외교 관계자는 "양국 모두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서 외교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성 김 특사는 최근 중국, 한국, 일본 등 3개국 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6자 회담 재개방안과 관련해 러시아 측의 의견을 청취했다.

성 김 특사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이들 3개국을 방문했다.

특히 성 김 특사는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러시아 등 당사국간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6자회담 틀 내에서라면 언제든지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로그비노프 대표는 "당사국들이 협의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난 4년간 6자회담에서 이뤄 놓은 것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그비노프 대표는 특히 지난달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올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인내와 자제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로그비노프 대표는 전날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6자회담 프로세스가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바란다"며 "무력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확고히 하겠다는 방식은 비생산적"이라면서 북한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 10일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우리가 감정이나 절차의 재개에 방해되는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6자회담으로 복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자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당사국 간 지속적 접촉이 중요하며 당사국들이 상황을 악화시킬 만한 행동을 자제하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러시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6자회담 수석 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아·태 담당 차관은 앞서 이타르 타스에 "한반도 문제에 관한 각국의 입장과 정보 교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성 김 특사와는 그동안의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진전에 어떤 대응 자세가 필요하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로켓 발사 이후 전개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양측의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대명제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 모두 이견이 없는 만큼 앞으로는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논의들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정상의 이유로 이번 6자회담 당사국 순방길에 러시아를 찾지 못한 보즈워스 대표는 내달 초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