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녹색성장전략을 IT산업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를 보여주는 로드맵이 발표됐다. 9대 과제가 제시됐지만 핵심은 공공부문의 원격근무 확산과 PC 등 3대 정보기술(IT)제품의 그린화 등 두 가지다. 정부는 이 사업에 오는 2013년까지 12조원을 집중 투자해 5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온실가스 발생량도 상당량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집 근처 임시 근무지 늘린다

정부는 이날 글로벌 그린IT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그린 IT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에 필요한 실행 과제로 △그린IT 제품 개발 △IT서비스 그린화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 구축 △IT를 통한 저탄소 업무환경 전환 등 9가지가 제시됐다.

이 중 새로 제시된 개념이 '스마트워크센터'다. 스마트워크센터란 도심 외곽에 자전거 또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만드는 임시 근무지다. 이곳엔 컴퓨터나 원격화상시스템이 구비돼 있어 공무원들이 힘들여 차를 타고 도심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처럼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게 녹색성장위원회의 설명이다. 이런 곳을 내년에 10개 정도, 2013년에 500개 정도 만들고 2020년에는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녹색위 관계자는 "재택근무는 관리감독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 이런 사무실을 만들어 운영하면 재택근무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출퇴근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감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위는 아울러 전력 소모량이 많으면서 시장 규모가 큰 PC와 TV · 디스플레이 장치, 서버 등 3대 IT제품의 그린화 기술 등에도 집중 투자하고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구매해 주기로 했다. 또 전기먹는 하마로 지목되고 있는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고효율화하는 기술과 현재보다 10배 빠른 세계 최고 수준의 기가 인터넷 구축기술 개발에도 집중 투자키로 했다. 아울러 교육 의료 문화 주거관리 등 일상생활 부문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IT기술 활용을 늘리기로 했다. 예컨대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전자칠판 보급을 2010년 150개교에서 2012년 300개교로 늘려 나가는 방식이다.

녹색위는 이와 함께 녹색기술 강국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7대 중점 녹색기술에도 2012년까지 8조4000억원을 투자해 상용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점 투자기술에는 △고효율 실리콘 태양전지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효율 박형화 LED △지능형전력망 기술 등이 포함된다.

◆재원 마련 계획없어

이런 사업에 들어갈 재원 조달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한 관계자는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서 부담해 줘야 하며 정부에서 얼마를 낼 수 있는지도 아직 기획재정부쪽과 얘기가 안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체 사업 방향과 규모 정도만 나왔지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앞으로 만들어 나갈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린IT국가전략의 경우도 이를 통해 2013년까지 5만2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2013년 기준으로 18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하지만 아직 기대나 계획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