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와병에도 불구하고 흡연과 음주를 다시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달 14일 북한 평양 대동강변에서 열린 고 김일성 주석 97회 생일기념 `축포야회' 때 귀빈용 간이 관람석의 김 위원장 앞 탁자 위에 재떨이가 놓여 있는 게 이틀 뒤인 16일 오전 방송된 북한 조선중앙TV의 화면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김정일 위원장 좌우에 앉은 고위층 앞에 놓인 7∼8개의 탁자중 유일하게 김 위원장 탁자에만 유리로 된 재떨이가 놓여져 있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굳이 그 자리에만 재떨이를 놓아둠으로써 김 위원장을 '유혹'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에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월25일 그가 함경북도 회령시를 두루 시찰하는 사진을 무려 132장 보도하는 가운데 그가 회령대성담배공장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진 2장과 담배 한개비를 오른손에 쥔 사진 1장을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담배공장을 시찰한 만큼 그 공장에서 생산하는 담배 맛을 시험하는 차원에서 담배를 피워물었을 것으로 짐작됐으나, 이번에도 재떨이가 그 앞에 놓인 게 목격됨으로써 그가 흡연을 재개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북한 TV 화면에선 그 재떨이에 재를 턴 흔적이나 담배 꽁초를 확인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과거 애연가였지만 2001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를 끊었다고 밝혔으며,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금연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999년 11월20일 김 위원장이 "담배를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흡연은 명백히 건강에 해롭다"라고 말했다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 2월3일자에서 김 위원장이 흡연자, 음치, '컴맹'을 '21세기 3대 바보'로 꼽았다고 각각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흡연과 함께 음주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식사를 함께 하며 "상당히 도수가 높은" 북한산 술을 오랜 시간 마셨으나 명확히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느낌을 왕 부장 일행에게 줬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 위원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에게 "전에는 위스키며 코냑이며 술을 워낙 많이 마셨지만 요새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건강에 좋다는 붉은 포도주만 마시게 됐다"며 절주하고 있음을 밝혔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재기한 후 독한 술도 다시 마시기 시작했으며 흡연은 상당히 오래전에 재개했다는 소문도 있어 이런 습관들 불완전한 그의 건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