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침묵모드'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박 전 대표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에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입을 닫았다.

방미중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기자간담회에서 "친박이라는 분들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주류측 상황인식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주변에선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한다.

조기전대를 통해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소장파의 주장에 대해서도 상황 인식을 달리하지만, 당분간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태 대표의 면담 제안에 대해서도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원칙적 입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만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올 상황도 아닌데 굳이 만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을 비롯한 `민본21' 등의 면담 제안에도 비슷한 이유에서 부정적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특별하게 어떤 일을 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당분간 특별한 외부 활동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박 대표와의 면담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지, 박 대표가 만나자고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누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설득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잘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앞서 MBC라디오에 출연,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공천 등 정치운영에 있어 문제라든가, 각종 정책추진 과정에 있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며 "본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야지, 계파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기전대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주류의 근본 인식을 고치지 않고 조기전대를 해봤자, 다시 `2기 박희태 체제'가 출범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형적인 `박근혜식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현안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할 말은 하되, 한 번 입장을 밝힌 이후엔 이를 뒤집지도, 그렇다고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도 않는 `원칙행보'를 이어왔다.

`친박 복당' 문제가 터졌을 때에도 `일괄 복당'을 강하게 밀어붙인 뒤 칩거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고, 18대 총선 공천에서도 주류측 행보를 지켜보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한 마디를 내놓고 지역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대선후보 경선 패배 당시엔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주변의 탈당 종용에 미동도 없었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정도가 아니다"며 이명박 대통령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그간 한번 입장을 내놓으면 그것이 관철될 때까지 미동도 하지않는 행보를 이어왔다"면서 "이번에도 이미 입장은 다 밝힌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