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도움으로 아들 세전 씨에게 변칙 주식거래를 통해 거액을 증여하고 세금까지 내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을 도와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따라 천 회장의 주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증여세) 포탈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검찰은 2007∼2008년 세전 씨가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매매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검찰 등에 따르면 천 회장과 가족은 2007년 4월 100만주, 5월 92만7000여주, 11월 135만주의 세중나모 주식을 내다팔았다.당시 세전 씨도 52만9000여주를 팔아 55억1000여만원을 챙겼고 주가는 6000∼1만3000원이었다.세전 씨는 약 1년 뒤 40만5000여주를 15억3000여만에 사들여 실질적으로 4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는데 주당 가격은 뚝 떨어져 2000∼5000원에 불과했다.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지인들이 이 주식매매 과정에 개입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이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주식을 대리매매해준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또 천 회장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죄를 적용했다.특가법 제3조(알선수재)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금품이나 이익을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즉,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대가로 세무조사의 총 지휘자인 한 전 청장에게 무마 청탁을 했을 수 있다는 게 검찰 수사의 기본 구도다.게다가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를 규명하는 한편 로비의 성패와 상관없이 부탁만 해도 알선수재가 성립하는 만큼 구두 청탁이나 약속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