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울진 1ㆍ2호기 건설
대형건설사, 신규 업체 진입 막아
1조4330억원 공사 두 차례나 유찰된 까닭은

1조4330억원 규모의 신울진 1 · 2호기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공사가 지난 8일 재입찰에서도 다시 유찰됐다. 이를 두고 원전 시공 실적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횡포'를 부린 결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8일 실시한 신울진 1 · 2호기 원전 입찰자격 사전심사에서 삼성물산 컨소시엄(대우건설,대림산업)과 현대건설 컨소시엄(두산중공업,SK건설) 등 2개 컨소시엄만 입찰서류를 내 유찰됐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27일 1차 입찰 때와 똑같이 '3개 이상 컨소시엄 참여'라는 입찰자격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전공사 응찰은 원전 또는 화력발전소 단위호기 100㎿ 이상 준공 실적이 있거나 전력설치자 자격인증(KEPIC)을 받은 업체로 한정된다. 컨소시엄의 대표 건설사는 원전 준공 실적이 있는 업체가 맡아야 하고 자격인증 업체는 이 컨소시엄에 붙어야 한다. 시공 실적이 있는 회사는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7개 업체이며 실적 없이 자격인증만 받은 회사는 삼부토건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등 6개사이다. 따라서 재입찰에서도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실적 회사들로만 컨소시엄을 꾸린 것은 '유찰을 유도한 것'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자격인증을 받은 업체 관계자는 "입찰 조건대로 3개 컨소시엄을 꾸리면 자격 보유 건설사가 최소 2개사 이상 컨소시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격인증을 받은 회사들이 시공 경험을 얻지 못하도록 실적 회사들이 사실상 담합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격인증을 힘들게 땄는데 원전 건설 실적이 없다고 컨소시엄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일각에선 대형 실적사들이 현실론을 내세우며 계속 유찰로 몰고가고 수의계약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번 입찰은 입찰공고가 나올 때부터 논란이 예상됐다. 2006년 말 실시된 신고리 원전 입찰 때는 실적 없는 자격보유 업체들을 컨소시엄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한 규정이 있었으나 이번 입찰에선 이 조건이 사라졌기 때문.한수원 측은 "2006년엔 실적 업체가 5개로 너무 적어 자격 보유 업체들의 의무참여를 규정했지만 지금은 실적사가 7개로 늘어나 이 조항을 뺐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대안으로 자격보유 업체의 시공 참여를 위해 '3개 컨소시엄 이상 참여'라는 조항을 새로 넣었으나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자격 보유 업체들은 세계 원전 공사 수요가 2030년까지 1300조원에 달하는데 원전 시공 경험이 있는 국내 회사는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원전 건설 경험과 기술을 확보한 건설사를 늘려야 하고 △독과점 문제를 막기 위해 '미실적사 컨소시엄 의무참여'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소한 '3개 이상 컨소시엄 참여'라는 입찰조건을 차후에 변경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적 보유 대형 건설사는 "우리는 수주 가능성만 생각하고 컨소시엄을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며 "요즘 같은 상황에 담합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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