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7일(이하 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과학기술 공부에 몰입했다.

전날 자신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반대 발언으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을 감안한 듯 국내 정치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를 수행하는 의원들도 국내 분위기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지만,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8명의 의원들과 함께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구글 임원들에게 구글의 기업정신에 대한 설명과 신제품, 신기술 설명까지 3시간 넘게 브리핑을 받았지만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면서 궁금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특히 그는 구글의 정보관련 신기술이 한국에서 전자정부를 구현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는지 질문하는 등 최신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구글 견학을 마친 후 "구글의 기업정신은 수익창출보다 사람들이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글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단기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또다시 `원칙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실리콘밸리 내 중견 한인업체로 꼽히는 AQS社를 방문한데 이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출신 벤처사업가 및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벤처와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며 벤처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방미기간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 출신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일 과학기술 분야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곳은 전기자동차 생산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테슬라 모터스였다.

전날 초청강연을 벌인 스탠퍼드대학교에서도 공과대학 건물인 `터먼 공학센터'를 가장 먼저 둘러보면서 공과대 건물에 이름이 붙여진 프레드 터먼 교수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 1인당 GNP가 300달러이던 시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공계 전문대학원을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문을 구한 분이 스탠퍼드대의 터먼 교수"라며 "터먼 교수님은 1970년부터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해 조언했고, 그렇게 해서 만든 학교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울 유일한 길은 수출과 공업화를 국가적 목표로 세우고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길밖에 없었다"며 "딸인 저도 그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방미기간 과학기술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 "지금은 선박을 만들어 팔 때도 선박가격의 3분의 1은 소프트웨어 가격이라고 한다"며 "과학기술은 모든 산업과 연관돼 있고,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