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북.미양자 후 다자회담' 등 거론

북한이 6자회담 절대불참을 선언, 단기간내 회담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얻으면서 결국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회담의 틀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6자회담 대안론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는 것.
물론 북한이 6자회담 절대 불참을 선언한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됐고, 과거에도 6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되는 등 부침이 있어왔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6자회담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조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끝내 6자회담을 거부할 것이 확실시된다면 `플랜B'를 마련할 준비에 착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불능화했던 핵시설을 원상복구해 재처리에 나서고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2000년대 초반처럼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무작정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보다 `데드라인(시한)'을 정해놓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되 안될 경우 차후 대책에 나서자는 게 이들 대안론자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연말께를 적절한 '시한', 즉 6자회담 재개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1차 북핵위기 때 관여했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지난 1일 "북한이 9개월이내엔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며 말해 사실상 내년 1월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또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최장 5개월까지 단기간내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밝혀 9월 말을 6자회담의 운명을 결정할 데드라인으로 내세웠다.

미국과 중국은 `6자회담 사망선고'에 앞서 이를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 모두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이 참가하는 6자회담이 북핵 해결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우선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적극 설득, 회담 테이블로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북.중간 양자접촉을 전망하면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진다면 양자접촉이 유용할 수 있다고 지지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조만간 북한에 대북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7일 중국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 중국이 조만간 고위급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내 북한측에 6자회담 참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특사로는 지난 1월 방북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이 유력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북한과 양자접촉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총리 역시 지난 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에 도움이 된다면 북.미 양자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진작부터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북.미 양자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일부에선 7일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행정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순방 목적도 북.미간 양자회담에 대해 관련국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6자가 아닌 다른 형태의 북핵 다자회담 구상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7일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형태의 다자 대화'를 시도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프리처드 KEI소장은 북한이 핵문제에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음을 지적, 1990년대에 있었던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틀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4자회담은 초기 형태이고 나중에 다시 일본과 러시아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자, 혹은 다자회담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의 손길을 거부한 채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공격적, 위협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당분간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