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너무한다" 비판..李대통령 정국구상 차질우려

청와대는 7일 미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론을 들어 `친박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한 것과 관련, 상당히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김무성 카드에 원칙적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바로 다음 날, 그것도 해외방문 길에서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더욱 난감해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구상중인 당장의 여권 단합 및 쇄신 구도가 틀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의 국정운영 과정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꼈다.

대변인실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고, 청와대 참모들도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다.

현 시점에서의 공식적인 유감표명이나 반격이 사태만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핵심 참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난감하게 됐다.

좀 지켜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고, 다른 참모는 "당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는 별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너무하는 것 아니냐",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등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박 대표가 당청회동을 통해 어느정도 모양새도 갖췄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다를 줄 알았다"면서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단칼에 거부했는데 실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행동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당을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도 이제 당의 중진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좀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런 불만 기류는 이 대통령의 국정구상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여당내 야당으로 불리는 친박(親朴.친박근혜) 진영을 본격적으로 끌어안음으로써 `4.29 재보선' 참패의 충격도 극복하고 경제살리기 매진 등 국정에 대한 장악력도 한층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두 지도자간 실질적 화합 내지 국정 협력이 돌파구를 못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황이 아주 어렵게 꼬여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이 정국구상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이전의 `박근혜 총리설', `친박인사 입각설' 때처럼 이번에도 박 전 대표측과의 사전조율 미흡이 일을 그르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박 전 대표측의 의중을 확인한 뒤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