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헌.당규 어기면서 하는 것 반대"
박희태 "골치 아프다"..친이계 내심 불만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류측이 재보선 참패 이후 당 화합 카드로 추진하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면서 당 쇄신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 전 대표는 7일(한국시각) 수행중인 측근 이정현 의원을 통해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나는 반대"라며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전날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이정현 의원은 "정의화 안상수 황우여 의원 등이 경선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합의추대는) 이 분들을 주저앉히겠다는 얘기"라며 "당헌.당규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주저앉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은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게 됐고, 친이(친 이명박) 주류와 친박 비주류와의 화해 및 단합은 물론 향후 당 쇄신 작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추대론'의 중심에 서있는 김무성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는 처음부터 (원내대표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일단 (박 대표의) 진의를 들어봐야 한다.

할 말이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장 청와대와 박희태 대표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박 전 대표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청와대 회동이 끝난 뒤 (박 전 대표와 통화는) 시간상 도저히 안되겠고 간접적으로 전하도록 이야기는 했는데 참으로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에서 잘하려고 했는데 당헌.당규를 어긴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정치란 후보간에 조정도 하고 타협도 하는 게 비일비재하고 여러 방안도 있는데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됐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사실 당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 상황인데 참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이계 내부에서도 신중한 반응 속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표의 추인없이는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고 봤다.

이제 `김무성 카드'는 사실상 날아간 것"이라며 "당분간 두나라당으로 가게 생겼다"고 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무산 위기에 대해 "좀 두고봐야 한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박 전 대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민본21' 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반대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청와대의 정치력 부족과 박 전 대표의 책임감 결여가 합쳐져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