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大 강연…"햇볕정책과 북핵 개발은 무관"
"中, 동북아협력체제 구성 앞장서달라"


중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6일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다시 한번 북·미 양국과 다른 참가국 접촉에 나선다면 북핵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대에서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핵 해결과 동북아의 미래, 중국에 기대한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한국민은 중국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핵문제는 중대한 난관에 처해 있고 6자회담은 반신불수 상태에 있다"면서 "그러나 여러 상황을 검토해 보면 북핵문제는 9.19성명에서 합의된 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나 미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이미 합의된 원칙에 따라 핵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북미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해결이 안되면 모두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이미 1994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시 북미 제네바회담에서 핵포기를 합의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정권교체로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북 적대정책을 추진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적대정책에 맞서 핵개발을 재개했고 부시 정권은 임기 마지막 2년동안 종래의 정책을 바꿔 6자회담을 구성해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다"면서 "새로 등장한 오바마 정권은 대북정책을 부시의 방식이 아닌 클린턴이 한 것을 참고로 하겠다고 말했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여사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1994년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받고 북·미간 국교정상화를 하기로 했는데 부시 정권 들어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나중에 잘못을 깨닫고 6자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은 지난 2월 연설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용의를 보여준다면 북한과 국교를 맺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으며 북한도 최근 9.19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북한과 미국 등을 설득하여 이미 합의된 내용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타결시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지금 남북대화가 끊기고 협력사업이 차질을 보이고 군사적 긴장의 조짐마저 보인다"면서 "중국이 남북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화해협력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는데 따라 이미 6자회담에서 합의한 바 있는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위한 지역협력체제' 구성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자 "북핵 개발은 북·미간 약속 불이행의 원인이 크다"며 햇볕정책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바 협정에 따라 북·미간에 경수로 제공과 국교정상화에 합의했으나 서로 유리한 쪽으로 암수(속임수)를 쓰려다 보니 서로간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 대해 퍼주기란 말도 나오지만 북한이 돈이 있으면 핵을 하고 돈이 없으면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해 이같은 세간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국 유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묻는 한국 유학생 대표의 질문을 받고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한·중 관계를 인적 교류 확대 등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중국 학생과 화목하게 지내며 아시아 평화를 위해 토론하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강연에는 츠후이성(遲惠生) 베이징대 부총장과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부원장, 차이진뱌오(蔡金彪) 중국인민외교학회 부회장,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3남 홍걸씨,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박지원 의원, 노웅래 전 의원, 한국 유학생 30여명 등 총 200여명의 주요 인사와 학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