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 유지노력이 '벽'에 부딪혔다. 경제지표 호전 속에서 "4월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우려되는 등 고용지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 삭감으로 고용창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실직을 막기 위해 추진했던 비정규직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 양산도 우려돼 기존 일자리 지키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힘 빠진 고용창출 대책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낸 추경예산에서 밝힌 일자리 창출 목표는 총 55만개(연산 기준 28만개).임시직 일자리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선 임시직이라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일자리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우선 총 40만명에게 6개월짜리 임시 일자리를 주는 희망근로프로젝트 예산이 1조9950억원에서 1조3280억원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일자리 창출 목표가 25만개로 줄었다. 청년인턴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6개월간 임금의 50%를 지원,고용을 창출한다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사업예산(당초 643억9600원)도 297억8000만원 깎이면서 일자리 창출 목표도 1만2000명에서 6000~7000명으로 줄었다.

또 3200명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한 '국립공원 숲가꾸기' 사업도 예산 삭감으로 당초보다 1000명가량 일자리가 줄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정부 계획(55만개)보다 16만개 줄어드는 셈이다.


◆비정규직법,구조조정도 '뇌관'

문제는 새 일자리 창출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 대량 실직을 유발할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악재는 비정규직법 처리 지연.정부는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의무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법이 오는 7월 확대 시행되면 대규모 해고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4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못한 채 6월 국회로 넘겨졌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예산(1185억원)이 추가됐지만 관련 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 집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100만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숫자의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 양산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노력에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제 인력 감축에 나서는 기업이 비교적 적었지만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인력 감축에 나서야 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창출 목표 대폭 수정 불가피

사정이 이처럼 바뀌면서 고용 대책을 짜야 하는 정부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올해 취업자 수가 20만명가량 줄어드는 고용 쇼크 상황을 추경을 통한 일자리 55만개 창출로 상쇄,연간 8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에서 삭감된 예산을 감안해 신규일자리 창출 목표를 20만개 내외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올해 고용 목표를 '제로(0)'로 수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낙관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일뿐 사실상 올해 취업자수는 10만명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자는 더 늘어나는 등 기존 일자리 감소를 감안하면 고용 목표치는 하향 조정할 수 밖에 없다"며 "실물 경기가 약간 회복되더라도 고용지표는 향후 6개월간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