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9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이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쇄신론'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은 4일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서 국가 현안과 관련해 여야의 지도자들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강화할 것을 대통령께 건의한다"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당 · 정 · 청 전반의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며 우선 당헌 · 당규 개정을 통한 지도체제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영진 권택기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박민식 신성범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초선 대대적 쇄신 요구

민본21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보선에 담긴 민심의 '경고'를 여권이 흘려보내지 말고 새겨야 한다"며 △국정 쇄신 △여당 쇄신 △당의 화합 등 3대 요구사항을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민본21은 "이른바 '속도전'으로 상징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국민에게 오만한 밀어붙이기로 비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청와대 참모와 내각에 대한 인사개편과 정파 구별 없는 인재의 기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 · 정 · 청 전반의 '탕평인사'를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도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해 대폭적인 당직 개편을 단행하고 쇄신특위를 통해 공천제도 개혁 등 당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이고 형식적인 당정협의를 쌍방향적이고 실질적인 당정협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부처별 주요 정책은 상임위 차원의 당정협의를 거친 이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체제 정비 논의도 '점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우리 당의 당면 과제인 쇄신과 단합을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6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을 비롯한 여권의 국정운영 기조 쇄신 방안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6월 국회 이전인 5월까지는 당은 물론이고 청와대,정부,내각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 간 조율 역할을 하는 정책위 의장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야당 시절에 만들어진 현행 당헌 당규를 고쳐야 가능하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을 2인1조로 동반선출(러닝메이트 시스템)하도록 돼 있어서 서로 병렬관계가 아닌 상하관계라는 오해를 받는다"며 "여당이 돼서 정책위 의장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개정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다만 당헌 당규 개정 논의가 자칫 대통령이 총재직을 겸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건드리는 문제까지 나아갈 경우 친이-친박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차기현/구동회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