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과정서 수차례 언급..권 여사 지칭한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검 중수부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신문에 수차례 "집에 가서 확인해보겠다"라는 대답을 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체포된 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을 때도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칭한 `집'이란 다름 아닌 권양숙 여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아내가 받아 채무변제에 썼으나 나는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집에 가서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의 뜻은 여러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반복해 강조했듯이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니 권 여사에게 다시 물어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의 용처와 관련해 "집의 설명을 들어보면 잘 기억을 못 하는 부분도 있고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들은 얘기를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실제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설득해 정리가 되는 대로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검찰이 각종 정황 증거나 자료를 제시하며 사실 관계를 추궁하면 "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확인해 보겠다"고 진술하거나 "그랬을 수 있겠죠"라는 답변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인들이 보기에 처음에 기억을 잘 못하겠다는 권 여사의 말이 대답을 회피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하지만 거듭거듭 얘기를 해보니까 정말 기억을 잘 못하고 상당히 혼란에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받았다는 3억원에 대해서도 "권 여사 말이 조금 일관되지 않고 기억을 잘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로서도 용처 정리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어서 최대한 빨리 확인하려고 하지만 약간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제시한 용처를 권 여사에게 똑같이 전하면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외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는 작업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과 1분 정도 짧게 만났을 때 "박 회장 나도 곧 들어갈 것 같아. 들어가면 보자"는 식으로 말했고 이에 박 회장이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곧 들어갈 것 같아"라는 말은 박 회장을 위로하는 차원의 말이었을 뿐이라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