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절을 전후해 "실효성 없는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주목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강경일변도로 치달아 온 민노총 운동노선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특히 주목을 모으는 것은 그동안의 행태에 대한 자기 반성 부분이다. 임 위원장은 사회연대선언문을 통해 "노동자 내부 격차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직혁신을 외치면서도 불신만 키워온 민노총은 새로운 운동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위주의 노선을 걸어온 노동운동 행태를 정면비판하면서 비정규직 등 소외 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지적한 발언에 다름아니다.

대화와 타협의 의지를 보인 것도 관심사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 모두가 함께 사는 실현가능한 방법을 내놓겠다"면서 5월 중순 대정부 교섭을 제안했다. "남발하는 총파업, 실효성 없는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여론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독불장군식 투쟁을 거듭해온 자세와는 크게 다른 모습임에 틀림없다. 물론 변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는 경제사회적 현실이 반영됐겠지만 어찌됐든 변화의지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말에 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노총 내부에 강성투쟁이 체질화된 세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조직의 변화를 확신하기는 힘들다.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을 끌어안기 위해선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가 전제조건이지만 그런 합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낙관을 불허(不許)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과연 임 위원장이 약속대로 민노총을 바꿔 나가는지 여부를 관심 깊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