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가 석 달 넘게 토론해서 만든 법안인데,야당 의원 한 사람이 반대한다고 마음대로 칼질을 하다니…."

나흘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수정 제출된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해 격정적인 반대 연설을 했던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한나라당 의원).

그는 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회 곳곳에 생산적인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독버섯(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강경 반대론자)'이 자라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무위를 통과한 금산분리 완화법을 법사위에서 한 야당 의원이 '특정기업 특혜 법안'이라고 강변하면서 반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양당 지도부가 허울 좋은 '여야 합의'를 빌미로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합리적인 토론과 대안 모색에 공을 들이는 의원들을 바보로 만드는 게 민주주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 한도를 각각 4%에서 9%로 올리는 법안을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표결했다. 정무위에서 각각 10%로 의결해 올려보낸 것을 본회의 직전 9%로 수정한 것.하지만 김 위원장이 본회의에서 '상임위 결정을 무시하는 야합'이라며 반대 토론을 펼쳐 결국 금융지주회사법은 부결됐다.

김 위원장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웬만하면 반대 토론까지는 안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5월에 임기가 끝나는) 여야 원내대표가 마지막 공적을 위해 상임위원장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정치적인 야합을 해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걸 어떻게 두고 보느냐"고 말했다.

나아가 "아무런 논리적 근거 없이 '그냥 조금이라도 더 깎고 보자'는 식의 주장을 받아들인 게 수정안으로 올라온 '9%안'"이라며 "이런 법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법안 심사에 공을 들인 정무위 소속 의원 개개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물론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쪽짜리가 된 법안이 하루속히 제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게 정무위의 임무"라면서 "금융지주회사법을 은행법에 맞춰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제출돼 있는 '공성진 의원안'을 수정해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