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대질신문이 무산된 것을 두고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거부했다는 입장인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변호사(전 청와대 비서실장)는 1일 "박 회장도 대질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은 원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대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검찰의 발표와 배치되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조사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는데 박 회장도 '대질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런 대화내용이 조서에도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대질을 거부한 이유와 관련해서도 문 변호사는 "대질이 상대방의 진술상 허점이나 모순을 추궁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으나 각자 자기진술만 되풀이하는 식이라면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설명처럼 단순히 시간이 늦었다거나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란 점이 아니란 설명이다.

이 같은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검찰과 박 회장 측은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회장이 대질을 원한다고 해서 사실확인서를 기재해 놓고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며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했다.

홍 기획관은 이어 "기자분들이 원한다면 비공개로 사실확인서와 조서를 확 까버릴 수도 있다"고 자신의 주장이 진실임을 강조했다.

박 회장 측 관계자도 "박 회장이 대질을 원하지 않았으면 뭐하러 무려 8시간씩이나 기다렸겠느냐"며 "모든 것을 털고 가고자 하는 박 회장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 같은 공방은 감정싸움으로 번질 태세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정말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확인하려고까지 했다. 진실공방으로 비쳐지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대질 무산'을 둘러싼 장외 논쟁에 대해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느쪽이 됐든 사실확인서만 보면 확인 가능한 내용을 두고 거짓말을 하면서 장외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자 측의 주장에 대해 자꾸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칫 수세에 몰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검찰의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