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엄중행위' 규정…조기 해결 난망

북한이 개성공단 직원 유모씨 억류사건과 관련, 억류 33일만인 1일 강경한 대남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 사건을 놓고 남북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 사건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북측의 이날 입장 표명은 지난달 21일 개성접촉 이후 추진되고 있는 남북 당국간 대화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장기화 가능성 = 북한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을 통해 이날 밝힌 입장은 사건이 조기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그 근거는 "해당 기관에서 조사를 계속 심화하고 있다"는 대목과 유씨가 "엄중한 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지난 3월 30일 조사를 시작하면서 유씨가 여종업원 탈북을 책동하고 체제를 비난했다고 주장한 북측은 이날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언급, 체제 비난 쪽으로 혐의를 압축하면서 유씨의 행위를 `엄중한 행위'로 규정했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법질서 위반을 한 남측 인원에 대해서는 경고.범칙금 부과.추방 등 세가지 조치를 취하지만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한다'고 돼 있다.

즉 북한이 이날 유씨가 `엄중한 행위'를 했다고 한 것은 남측과 합의를 필요로 하는 추방 이상의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유씨를 자국법에 따라 기소하겠다며 남측과 관련 협의를 하자고 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 경우 사건이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정부 당국의 인식이다.

◇北, 남북접촉 앞두고 입장 표명 배경은 = 유씨 문제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입장을 표명한 시기가 개성접촉에 이은 차기 남북대화가 모색되고 있는 때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단 북측의 이번 입장 표명은 피조사자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를 우리 정부가 강하게 규탄하면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을 세운데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불법 혐의자에 대해 남북합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임을 강변한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개성접촉'때 북이 제기한 공단 근로자 임금인상 등을 논의하기 앞서 유씨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데 대한 `견제구'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유씨 억류는 개성공단 운영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우리 입장에 맞서 `개인적인 범법행위'임을 강조한 북측의 입장은 유씨 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북이 공식적으로는 유씨 문제를 개성공단 운영 협상과 분리하되 속으로는 유씨 문제를 길게 끌고 가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에 서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차기 남북접촉에 어떤 영향있나 = 일단 정부는 담담한 표정이다.

그간 해오던 대로 '유씨 문제는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라는 입장으로 대응하고 북한과의 다음 대화도 준비한다는 것이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입장은 정부의 대북 행보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유씨 문제를 공식화하고 장기화 가능성까지 시사한 만큼 북이 남북협상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선선히 유씨를 석방할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유씨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대북접촉을 시도할 것인지, 유씨에 대한 북한의 처분 방침이 나올 때까지 차기 접촉 제의를 보류하는 등의 `신중모드'를 이어 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정부가 유씨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차기 접촉을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씨 문제를 협의하자고 할 경우 북한이 그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공식적인 대북 협상 제의를 잠시 보류한 채 물밑에서 북한과 줄다리기를 한동안 더 하게 될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로선 유씨 문제가 의제에서 배제된 채 북한의 요구사항만 놓고 대북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유씨 처분 문제와 개성공단 운영 관련 북측 요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유현민 기자 jhcho@yna.co.kr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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