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측 "100만弗 용처 정리하는 대로 제시"
檢 `청와대 국고손실 공범' 혐의는 배제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1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다만,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재임시절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에 대한 공범으로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건네려고 마련한 돈이지만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선을 긋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날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결과 "100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고, 500만 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새로운 주장이나 자료를 내놓지 않음에 따라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 수사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2007년 6월29일 정 전 비서관이 받아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돼 장남 건호씨와 함께 쓴 500만 달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돈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통화내역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전화로 요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다양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기소 방침을 정했다.

이인규 중수부장과 수사팀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수사기록을 정리해 임채진 검찰총장 퇴근 전에 보고하며, 주말까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영장청구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임 총장은 대검 내부 여러 파트에 구속ㆍ불구속 기소의 장단점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토록 지시하는 한편 검찰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검찰은 100만 달러 수수의 공범인 정 전 비서관의 구속 시한이 오는 8일 만료함에 따라 다음 주 중반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앞서 권양숙 여사를 부산지검으로 재소환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권 여사가 2006∼2007년 미국에 체류하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대리인을 시켜 수차례에 걸쳐 생활비를 달러로 송금하고, 건호씨가 사업을 하는데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30만 달러 이상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권 여사가 이 과정에서 돈을 빌려쓰고 박 회장의 100만 달러로 충당했는지 의심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모른다"고 진술함에 따라 권 여사를 재소환하거나 서면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변호사는 "지금 권 여사에게 물어도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설명이 석연치 않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도 모르기 때문에 부정확한 얘기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정리가 되는 대로 제시하겠다고 검찰 조사 때 진술했다"고 전했다.

문 변호사는 지난달 11일 권 여사가 부산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100만달러의 용처와 관련, 채무변제 외에 자녀 학비 등 생활비로도 썼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한편 중수부는 다음주부터 `박연차 게이트' 3라운드 수사에 돌입한다.

수사 선상에는 박 회장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라응찬신한금융지주 회장, 또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현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판사ㆍ검사ㆍ경찰관 등이 올라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