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능력 강화도 필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학계는 "대통령제가 가지는 한계인 대통령의 폐쇄적 특권에 대한 견제와 자정능력이 결핍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의 저자인 김호진 고려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은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대통령의 폐쇄적 특권이 권력의 장막 뒤에서 저지른 권력형 비리"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권력의 자제력과 자정 능력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권력에 대한 제도적인 견제가 이뤄져야 대통령 비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 등이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아쉬움도 크지만 권력형 부패가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부패 문화가 진통을 거쳐 청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조명했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도 참여정부 청와대 사정 능력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최소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하고 "이는 결국 참여정부의 사정 시스템이 대통령의 `이너서클'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현 정권도 권력에 대한 사정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결국 4년 뒤에 똑같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 때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리보다 군부 독재의 상징이었고 자신에게 지워진 혐의에 소극적으로 임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잘못된 것은 인정하는 등 행동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과거 전ㆍ노 대통령 사건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제에서는 권력이 집중돼 대통령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도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하면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권력 이행기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예민한 문제도 많이 발생할 것 같다"며 우려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장하나 기자 banana@yna.co.kr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