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을 뿐더러 상황에 따라 진로를 바꿨다. 따라서 대부분의 언론이 예상했던 경로와는 차이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 경호팀은 이동하는 차량의 상공에 떠 있는 경찰 헬기로부터 고속도로 상황 등을 수시로 통보받으며 경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노 전 대통령 일행은 김해에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여주JC→영동고속도로→신갈JC→경부고속도로→서초IC→대검청사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 사저 주변에서는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로 진입해→진주→통영~대전 간 고속도로→장수IC→천안~논산 간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양재IC→우면산터널→대검청사 경로를 이용할 것이라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례IC로 남해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칠원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낙동JC에서 당진~상주 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후 청원J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다 양재IC에서 나와 우면산터널을 거쳐 대검청사에 도착했다. 4개의 고속도로를 이용해 오전 8시 2분부터 오후 1시 19분까지 5시간17분동안 374㎞를 달려온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탑승한 버스는 낮 12시20분께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에서 10분가량 정차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내리지 않았고,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측근들이 화장실에 들렀다. 버스에는 노 전 대통령,문 전 실장,전해철 전 민정수석,김경수 비서관 등 측근과 경호요원 5명,운전사 1명이 동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휴게소는 화물차 전용이어서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경호상 편의로 이곳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행을 취재하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방송 3사는 이동 과정을 생중계했다. 또 언론사 취재차량 8대가 따라붙어 취재했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 일행이 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에는 관할 구역에 따라 해당 지방경찰청 소속 고속도로순찰대가 릴레이 방식으로 에스코트했다.

이동수단으로 KTX가 검토되기도 했으나 KTX는 역사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경호상 번거로움이 많고,일반 승객 통제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은데다 열차 1개량 사용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제외됐다는 분석이다. 헬기의 경우 노 전 대통령측이 다른 소환자와의 형평성을 들어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