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한 유권자 손가락에 보라색 잉크칠…몇달간 안지워져

지상 최대 선거 이벤트인 인도 총선이 30일 3차투표를 통해 반환점을 돌았다.

인도 총선에서는 무려 7억1천400만명의 유권자가 한달에 걸쳐 82만8천804개의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다른 개발도상국 심심찮게 벌어지는 부정선거 시비는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1차 투표 당시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선거 인명부에서 누락된 유권자들의 소동이 있었지만, 수억명의 유권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사례는 없었다.

곳곳에서 판을 치는 부정과 비리를 감안하면 인도 국민이 유독 정치에 있어서만은 정직과 도덕성을 중시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인도 국민의 문맹률이 4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적 수준이 높아서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인도가 총선을 '뒤끝 없는' 행사로 치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로 보라색 잉크와 전자투표기(EVM)가 꼽힌다.

보라색 잉크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다.

선관위는 기표를 마친 유권자의 집게 손가락의 손톱부터 첫번째 마디까지 길게 보라색 잉크칠을 해 기표를 아직 하지 않은 유권자와 구분한다.

언뜻 보기에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보라색 잉크는 1인 1표의 '평등 선거'를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남부 카르나타카주(州) 주정부가 운영하는 2개 회사가 제조하는 이 보라색 잉크는 여러 종류의 화학약품과 염료를 혼합하는 비법을 통해 만들어지며, 한번 칠하면 몇달간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중투표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이 잉크는 1962년에 처음 선거용품으로 도입돼 47년째 사용되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2천만병이 공급됐다.

잉크와 함께 선관위가 지난 1982년에 처음 도입한 EVM도 매끄러운 인도 총선의 비법 중 하나다.

작은 007 가방처럼 생긴 EVM은 투표자가 버튼을 눌러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장치와 선거 사무원이 기계를 통제하는 2개의 장치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투표기 안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마이크로칩이 내장돼 있는데 한번 입력된 정보는 지워지지 않으며 칩을 훼손하지 않고는 내장된 정보를 바꿀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바라트 전자와 방갈로르전기공사 등 2개 회사가 공급하는 이 투표기는 개당 최대 3천840명의 기표 정보를 기록할 수 있으며 등록 후보 수는 최대 16명이다.

단일 선거구의 후보가 16명 이상일 경우에는 투표기를 병렬로 연결해 최대 64명의 후보까지 등록할 수 있고, 전원으로 알카라인 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오지에서도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투표기에 장착된 마이크로칩만으로 손쉽게 개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7억이 넘는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2∼3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는 136만8천대가 동원됐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