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1시 2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버스에서 내린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 중 한 명이 "오전에 왜 면목이 없다고 했느냐"고 질문하자 "면목 없는 일이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취재진들이 심경과 100만 달러의 구체적인 용처 등을 묻자 "다음에 하죠. 다음에 합시다"라고 짤막히 답한 후 검찰청사로 바로 들어섰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청사 8층에서 중앙수사부 이인규 검사장과 잠시 티타임을 가진 후 11층에 마련된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서울을 방문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또 2008년 2월22일 박 회장으로부터 조카사위 연철호 씨의 홍콩 계좌를 통해 500만 달러 등을 '포괄적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 회장에게 직접 600만 달러를 요구했는지와 금품이 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5∼2007년 7월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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