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정치부장

한나라당이 4.29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5곳에서 한곳도 건지지 못했다.시흥 시장 선거에서도 졌다.광역의원 3곳중 한석을 건져 그나마 전패를 면했다.한마디로 예상치 못한 완패였다.

통상 경제가 어려우면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게 민심이었다.재보선이 전통적으로 야당에 유리하지만 이번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당에 크게 불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야당 내부 분열로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었다.한나라당의 충격이 그 어느때보다 컸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노무현 탄핵역풍에 힘입어 과반의석을 확보했던 열린우리당의 몰락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열린우리당은 총선승리후 국민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과거사 정리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집착하면서 민심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말과 친노측근들의 틔는 행보는 ‘싸가지 없다’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줬다.그걸로 끝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그 이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했다.다시는 깨기 어려운 전패행진을 이어갔다.0의 행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몇년간 이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정권을 내주고야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은 이제 재보선 전패의 고리를 끊고 그 자리를 여당인 한나라당에 넘겨준 모양새다.

경제위기상황하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여당으로선 그 어느때보다 여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선거였다.국민에게 대놓고 도와달라고 호소해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분위기였다.그런데도 패한 원인은 내부에 있다.열린우리당의 전철얘기를 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배부른 자의 자만이 문제였다.국회의석이 172석이나 되다보니 아쉬울 게 없었다.친 이명박계가 잘못된 공천을 한 게 단적인 예다.단 한순간이라도 이기는 선거를 생각했더라면 경주 공천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이계에 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한 건 자만이었다.당선가능성이 높은 친박계의 정수성 후보를 공천하는 게 정도였다.

게다가 잇단 정책혼선과 헛발질도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장관이 3월16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놓고 한달이상 몇차례나 뒤집기에 뒤집기를 거듭 하는 정부 여당에 국민이 신뢰를 보낼리 없다.

이번만이 아니다.지난해말 종부세 폐지를 놓고도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국민은 정책이 어느방향으로 가는지 헷갈릴 뿐이다.미덥지 못하다.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법안을 힘으로 밀어부쳤던 열린우리당의 판박이다.

거기에 장관들의 정제되지 못한 언행은 열린우리당과 또다른 닮은 꼴이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진기자들에 욕설을 했다가 사과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깽판국회’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고의는 아니었지만 현역 의원에게 미친X라는 과격한 말을 했다가 사과하는 등 설화도 잇따르고 있다.말로 망한 열린우리당 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설화와 정책혼선,자만이 끊이지 않는 한나라당의 미래는 밝지 않다.연전연패의 열린우리당 기록이 이젠 한나라당의 몫’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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