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 체제' 유지속 당직개편 예고

4.29 재보선에서 `0대5'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한나라당에서는 30일 선거 참패에 대한 `자성론'이 쏟아졌지만 우려했던 `지도부 인책론'은 불거지지 않았다.

이는 현재 여권내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지도부 쇄신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대안 부재론' 때문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친이.친박간 격돌이 불을 보듯 뻔한 데다 현재 당 내에서 `박희태 대표 체제'를 대체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날 "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안부재론도 있지만 친이.친박 양쪽 모두 조기 전당대회를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번 재선거 지역들이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 않았고 고령인 박 대표가 선거 기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지원에 나섰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번 선거에서 박 대표 만큼 열심히 뛴 사람도 없다"면서 "누가 지도부에게 잘못했다고 비난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는 `수습 카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도권 지역인 인천 부평을에서 `경제살리기'를 화두로 GM대우 정상화 공약을 내세웠음에도 패배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당내 역학구도상 당 지도부 쇄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당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당장 안경률 사무총장이 최고위 회의에서 "재보선을 총괄 지휘한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질 것"이라며 당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당직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5월 원내대표 경선과 맞물려 대대적인 당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 패배가 국정쇄신과 당 운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의원 개인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비주류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그동안 눌려왔던 의원들의 쇄신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수 있다"면서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목소리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주 재선거에서도 드러났듯 친이.친박 진영간 `뿌리깊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양 계파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속으로는 양측 모두 부글부글 끓는 `휴화산' 양상인 것.
친이측에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에서 선거에 `사보타주(태업)'했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친박측에서는 애초에 `잘못된 공천'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친이.친박간 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아직은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