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여사, 아들에 유학자금 10만弗 송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30일 오후 1시3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소회를 말한 뒤 청와대 의전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7년 6월2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 등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 회장에게 직접 이 돈을 요구했는지, 돈이 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이 돈이 재임 중 제공한 각종 혜택에 대한 대가가 아닌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수주 과정과 경남은행 인수 시도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600만 달러와 `직무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하려고 수사를 벌여 왔다.

100만 달러와 관련해 `권양숙 여사가 받아 채무변제에 썼다'고 주장하면서도 권 여사가 소환조사를 받을 때나 노 전 대통령이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할 때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 이날 조사에서 어떻게 답변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노 전 대통령 부부가 100만 달러를 전달받은 다음 날인 2007년 6월30일 출국한 점에 비춰 미국 시애틀에 들렀을 때 장남 건호씨에게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왔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건호씨와 관련된 외화송금 거래 내역을 건네받아 검토한 결과 2007년께 권 여사가 다른 사람을 시켜 10만 달러 정도의 유학자금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 건호씨로부터 "어머니가 돈을 보냈다"는 진술을 받았다.

건호씨는 10만 달러의 출처를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 돈에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노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도 "100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500만 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청사에 도착하면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중수부장실에서 차를 마신 뒤 형 건평씨가 조사받았던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우병우 중수1과장 등으로부터 변호인 입회 아래 신문을 받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신문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사량이 방대해서 본인 동의를 얻어 오후 10시 이후 심야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사 상황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저녁식사 이후 박 회장과 대질신문할 방침이다.

중수부는 일단 조사가 끝나는 대로 노 전 대통령을 귀가시킨 뒤 임채진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다음 주 중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기소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