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 보궐선거 참패가 확인된 29일 밤 여의도 한나라당사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당직자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삼삼오오 모여 당장 이튿날부터 태풍과 같은 소용돌이가 당내에 몰아닥칠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0시께 당사 2층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을 찾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당직자들과 함께 TV를 통해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 결과가 서서히 여당의 참패로 확인되자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날 개표 초반 경기 시흥시장 투표함이 열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한나라당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나마 1위를 달리자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 정국 향배에 중요하게 여겨진 5개 국회의원 선거구 개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이내 싸늘하게 바뀌고 말았다.

친이-친박이 격돌한 경주,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부평을,진보진영 단일후보와 맞붙은 울산 북구 등에서 차례차례 한나라당이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한나라당과 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부평을에서 일찌감치 앞서가자 전패를 면했다면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완산갑에서 이광철 후보가 신건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다만 시흥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시흥시 승리 소식을 전해들은 정세균 대표는 10시15분께 영등포 당사로 나와 당직자들과 함께 주요 국회의원 선거구의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김형호/차기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