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1년여 동안 정치적 유랑기를 보내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정계로 돌아왔다. 정 전 장관의 원내 진입은 지난 16대 이후 사실상 5년여 만이다. 공천 배제 결정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무소속 출마라는 극단적 승부수로 당 지도부와 정면 대결을 벌인 끝에 이뤄낸 결과다. '당을 깬다'는 비판까지 무릅쓰고 원내 진입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그의 운명은 1996년 정치입문 후 달려온 지난 10여년과는 전혀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 전 장관의 첫 시험대는 민주당 복당이다. 그는 이달 초 탈당 성명에서 "정동영의 몸속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당선 후 복당 의사를 피력했다. 정 전 장관 측은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당선 후 복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민주당 지도부가 복당 불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유권자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 의지대로 복당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 지도부와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공천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신건 후보와의 무소속 연대로 인해 그에게 동정적이던 당 중진들마저 등을 돌린 상태다. 선거 기간 중 박주선 · 강봉균 의원은 "정 전 장관의 복당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복당 불가'를 당내외에 밝혀온 지도부가 쉽사리 '복당 허용'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정 전 장관이 당선 다음날 입당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은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정 전 장관은 당분간 당 바깥에서 비주류 측과 연대해 지도부 재편 또는 당내 여론 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측이 이달 초 '5월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음 달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그의 복당을 둘러싸고 현 지도부와 정 전 장관 측의 대리전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장관은 복당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서다. '정동영 브랜드'로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최소한 호남은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변에서 그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복당'이라는 첫 시험대의 처리방향이 그의 정치인생 2막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