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9 재보궐 선거는 '3무(三無) 선거'였다"

재보선이 막을 내린 뒤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이다. 후보도, 정책도, 이슈도 모두 실종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여야 대결이라는 기존 공식을 벗어나 몇몇 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집안싸움'이 전개돼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승자는 없고 당내 파벌싸움의 후유증만 남긴 '이상한 선거'였다.

◆정책대결 없고 내전만

5개 선거구 가운데 전주 덕진 · 완산갑 등 두 곳은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 경주는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근혜 계열의 무소속 후보가 치열한 집안싸움을 벌였다.

'여 · 여 대결'을 벌인 경주의 경우 "박근혜 차명정치"(정종복 후보 측), "(박근혜 전 대표) 사진 구걸정치"(정수성 후보 측)라며 '박심(朴心)'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 기간 내내 뜨거웠다.

'야 · 야 대결'의 전주에선 서로 "저쪽이 친노"라고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무정체성 · 무정책 · 무리더십의 친노 386과 정세균 지도부"(정동영 후보), "(정 후보는) 참여정부의 황태자"(민주당) 등 불과 한 달 전까지 같은 당 소속이었는지 의심케할 만한 막말이 난무했다.

인천 부평을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GM대우 회생을 약속하며 경쟁적으로 수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공언하는 등 가장 과열된 선거운동이 벌어졌다.

재보선 직전에야 투입된 '낙하산' 후보들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재훈 · 박대동 후보는 '경제후보' 컨셉트로 선거 한 달 전에야 명함을 내밀었다.

김근식 민주당 후보는 '정동영 대항마'로 지난 7일에야 출마를 공식화했고 무소속 신건 후보는 아예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5일 출마를 선언했다.

울산 북구의 경우 진보후보 단일화가 선거 막판에 이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TV 정책토론회 한 번 열리지 못했다.

◆또 되풀이된 고소 · 고발

완산갑 신건 후보는 지난 27일 재산축소신고 의혹을 제기한 옛 민주당 동료 강봉균 · 최규성 의원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했다. 경기도 시흥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백원우 민주당 의원 부부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경찰 수사를 촉구했고 이에 민주당은 노용수 한나라당 후보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하는 등 선거가 폭로전으로 얼룩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