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가 자신을 겨누기 전부터 소환을 직감한 것일까.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리와 거짓말을 속죄하는 듯한 과거의 글이 검찰소환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정치하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때는 검찰이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정 · 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정치는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다.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정치하지 마라'고 자주 이야기한다"며 정치인이 빠지는 '4가지 수렁'을 언급했다.

첫째가 '거짓말의 수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진다"며 "고의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후 검찰수사가 자신을 겨누기 시작하자 지난 8일 사과문에서 "(제가 아닌) 권양숙 여사가 100만달러를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만약 이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노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거짓말을 예고하고 그에 대한 변명을 한 셈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돈의 수렁'도 꼽았다. 그는 "정치에 돈이 필요한데 조달할 방법이 없다"며 "원외 정치인의 사정은 참담하다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는 '정치에 돈이 필요해서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또 세 번째 수렁으로 언급한 '사생활의 노출'은 현재 집 밖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외출도 못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예언을,네 번째 '이전투구의 저주'는 현 여권에 대해 '정치보복'을 항변하는 목소리를 담은 내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마치 '정치인은 나처럼 뇌물을 받고 거짓말을 하다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정치를 하지 마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처럼 느껴진다"며 "검찰수사에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