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집안 싸움' 양상으로 진행돼온 4.29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8대 국회 출범 후 첫 국회의원 재선거인 데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세움에 따라 이번 재보선은 이를 둘러싼 여야 한판 대결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대결, 민주당내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장관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선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달았다.

경주 재선거의 경우 친이계 핵심인 정종복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친박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사실상 친이.친박간 대리전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텃밭인 경주에서 전력투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정수성 후보 사퇴 종용' 논란도 빚어졌다.

정수성 후보가 당선돼 `친박 돌풍'이 재확인될 경우 친박 진영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나 선거 과정에서 친박계의 `비(非) 참여'에 대한 당내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집안 싸움'은 점입가경이었다.

정동영 전 통일장관이 당의 공천 불허 에 반발, 탈당을 강행한 뒤 신 건 전 국정원장과 `무소속연대'를 결성한 것.
민주당으로서는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등 표밭인 호남 2곳을 잃는 위기에 처했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둥지를 등지는 `정치 도박'을 결행한 셈이다.

나아가 민주당과 무소속연대 사이에 인신공격성 공방이 빚어지면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특징은 무소속 강세다.

전주 덕진의 정 전 장관과 완산갑의 신 건 후보, 경주의 정수성 후보 등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것. `노무현 게이트'의 거센 폭풍 속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울산 북구에서는 해묵은 이념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보수 대결집이라는 맞불을 놓았다.

또한 5명의 국회의원을 새롭게 뽑는 `미니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각당 지도부가 총동원령돼 메머드급 유세를 펼친 점이나 전주 덕진을 제외한 4개 선거구에서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접전이 이어진 점 등도 이번 재보선의 특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