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28일까지 전주 덕진을 제외한 4개 국회의원 선거구는 여야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는 박빙승부가 펼쳐졌다. '이런 선거는 처음봤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여야 공히 집안싸움으로 텃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인 인천 부평을에서 여야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부평을로 총출동했다. 이곳 승부에 따라 양당 지도부의 거취가 걸려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18대 국회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야당이 제기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집안싸움으로 선거구도가 확 바뀌었다.

경주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갈등으로 친박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와 신건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민주당과 정면대결을 펼치면서 심판론은 가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와 정 전 장관 간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강' 수준으로 비화되면서 결과에 따라 한쪽이 치명적 내상을 입을 수 있는 '치킨게임'으로 변질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대표와 김근태 고문 등을 정치판으로 불러냈다.

현재 한나라당은 텃밭인 울산북과 경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역시 전주 덕진은 물론 완산갑 승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부평을에 여야 지도부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록 단 한 석이라도 '부평을'인 경우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부평을에서 이기면 1 대 0이 아니라 100 대 0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에서 질 경우 자칫 전패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자정까지 박순자 최고위원,이윤성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부평 청천동 GM대우 서문에서 출근 인사를 하면서 한나라당이 지역구 최대현안인 GM대우 정상화의 적자임을 부각시켰다.

수도권 의원 80여명을 소그룹으로 나눠 부평을 지역구 내 10개동에 배치,바닥 민심을 훑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자정까지 부평 아파트 단지와 노인정,GM대우,상가 등을 직접 찾아 지지를 당부했다. 손학규 · 김근태 · 한명숙 고문 등도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며 마지막 날까지 한 표를 호소했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